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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설상소요 雪上逍遙> 변영로

His 제이 2024. 1. 10. 07:38

 

설상소요 雪上逍遙

 

곱게 비인 마음으로

눈 위를 걸으면 눈 위를 걸으면

하얀 눈 눈으로 들어오고

머리 속으로 기어들어 가고

마음 속으로 스며들어 와서

붉던 사랑도 하얘지게 하고

누르던 걱정도 하얘지게 하고

푸르던 희망도 하얘지게 하며

검던 미움도 하얘지게 한다.

어느 덧 나도 눈이 돼 하얀 눈이 되어

환괴幻怪한 곡선曲線을 대공大空에 그리우며 내리는

동무축에 휩싸이어 내려간다 -

곱고 아름다움으로 근심과

죽음이 생기는

색채와 형태의 세계를 덮으러.

아름다웁던 <폼페이>를 내려 덮은

뻬쓰 쀼쓰 화산의 재같이!

 

변영로 1923. 1

 

열두 개의 달 시화집 一 月 「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중에서

 

 

《Road Snow Effect sunset ,1869》 Claude Monet


 

눈 위를 거닐다.

 

어제에 이어 읽어 보는 변영로 시인의 작품.

 

그의 시에는 가난, 외로움, 그리움을 동반한 애틋한 정서가 잘 표현되어 있다.

 

그는 영어에 능통해서 번역작업을 곧잘 하였으며 교사와 기자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답게 이 시에 낯선 단어가 꽤 멋스럽게 등장한다.

 

강렬한 미움을 노래하던 시인은 이제 곱게 비인 마음으로 눈위를 걷는다눈 위를 걷고 있으면 검던 미움도 하얘지고, 누르던 걱정도 하얘진댄다.

 

그는 하얀 눈이 되어, 곱고 아름다움으로, 근심과 죽음이 생기는 색채와 형태의 세계를 덮고 싶다 말한다.

 

나 역시 그러하고 싶다.

 

미움과 증오로 가득한 이 세상을 곱고 아름다움으로 덮고 싶다.

 

그 곱고 아름다움이란, 사랑..

 

모든 것을 덮어 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는 사랑.

 

당신이 어떠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어떠해도 사랑하는 사랑.

 

그 사랑으로 덮고 싶다.

 

 

J -

 

 

 

 

 

 

변영로 (1898~1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