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겨울시
- 힐링 그림책
- 좋은시
- 주민현
- 류시화
-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
- 자존감
- 힐링그림책
-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 나선미
- 윤동주
- 자존감회복
- 미움받을 용기
- 위로시
- 봄에 읽기 좋은 시
- 너를 모르는 너에게
- 자존감수업
-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 감성시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가을 시
- 희망시
- 외모 자존감
- 사랑시
- 마음챙김의 시
- 그리움의 시
- 윤홍균
- 나태주
-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 가을시
- Today
- Total
때는 봄, 봄날은 아침🌿
시詩 <행방불명의 시간> 이바라기 노리코 본문
행방불명의 시간
인간에게는
행방불명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속삭이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삼십 분도 좋고 한 시간도 좋고
멍하니 혼자
외따로 떨어져
선잠을 자든
몽상에 빠지든
발칙한 짓을 하든
전설 속 사무토 할머니*처럼
너무 긴 행방불명은 곤란하겠지만
문득 자기 존재를 감쪽같이 지우는 시간은 필요합니다
언제 어디서 무얼 하는지
그날그날 알리바이를 만들 필요도 없는데
길을 걸을 때나
버스나 전철 안에서도
전화벨이 울리면
곧장 휴대전화를 쥡니다
"빨리 와"나 "지금 어디야?"에
응답하기 위해
조난당했을 때 구조 될 확률은 높아지겠지만
배터리가 나가거나 통화권 밖이라면
절망은 더 깊어지겠지요
차라리 셔츠 한 장 휘두르는 게 낫지
저는 집에 있어도
종종 행방불명이 됩니다
초인종이 울려도 나가지 않습니다
전화벨이 울려도 받지 않습니다
지금은 여기 없기 때문입니다
* 행방불명됐던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할머니가 되어 나타났다는 일본의 전설.
이바라기 노리코, 「처음 가는 마을」에서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
투명인간 취급을 받을 때 우리는 의기소침해지고 공허함을 느낀다.
그래서 내가 여기 있음을, 내가 괜찮은 사람임을 나타내려고 무던히 애쓰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 피로함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인간관계에서 지친 우리는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때로 나의 존재를 지우고 싶어 한다.
가끔 그것이 약이 되어줄 수 있지만 진통제에 불과할 뿐 치료제는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인간관계를 경쟁으로 인식하고 타인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내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자주 나의 존재를 위선적으로 드러내야 하니 그 피로감은 영원할 것이다.
타인을 친구로 인식하고 인간관계에서 내가 공헌하는 입장이 된다면, 굳이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수고하지 않아도 된다.
굳이 나의 존재를 숨기고 싶은 충동도 없을 것이다.
기꺼이,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는 관계에서 그것은 쓸데 없는 일이다.
지금 행방불명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내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 방식을 들여다보라.
우리가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애쓸 필요도, 존재감을 지우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는 존재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 J -
이바라기 노리코 (茨木のり子 1926 ~ 2006)
'위로가 되어 줄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詩 <당신을 위해> 노천명 (0) | 2024.02.17 |
---|---|
시詩 <월광月光> 권환 (0) | 2024.02.16 |
시詩 <시를 쓰게 하는 당신에게> 양세형 (0) | 2024.02.14 |
시詩 <퇴근> 양세형 (0) | 2024.02.08 |
시詩 <싸릿마을> 양세형 (0) | 2024.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