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봄, 봄날은 아침🌿

시詩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시킨 본문

위로가 되어 줄 시

시詩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시킨

His 제이 2024. 5. 3. 21:57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화내지 말라!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올지니.
 
마음은 언제나 내일에 살고
오늘은 우울하고 슬프기도 한 것!
모든 것들은 한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들은 또다시 그리워지리니.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The Red Vineyard, 1888》 Vincent Van Gogh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이 말이 가슴에 와닿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내 안의 슬픔을 들여다보면 이 말이 꼭 맞는 것 같이 느껴진다.
 
내가 한 번 손 써볼 겨를도 없이 떠나보낸 이야기. 그 고통의 기록들. 희미해진 줄 알았는데 어제의 기억처럼 살아나 생생하게 느껴진다.
 
지난날, 나는 나에게 말했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속상하고 슬프더라도 참고 견디라고. 이해하지 못해도 이유가 있을 거라고.
 
그런데 이제는 내게 다르게 말 전한다.
슬프면 마음껏 슬퍼하라고.. 통제불가능의 상태가 될까 두려웠지만 그것조차 마음 놓자고.. 잊을 수 없다면 고통과 함께 안고 가자고..
 
어제는 그 거대한 슬픔이 폭풍우 치는 밤처럼 찾아와 눈물이 또르르 흘렀는데 감정이 이내 격해져 펑펑 울었다. 베갯잇이 흠뻑 적셔지도록, 나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으며 고요히 허용해 주었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는 무책임한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다만, 지금은 새드엔딩으로 보이는 이 이야기가 어떤 마침표를 찍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내 인생을 살아보려 한다.
 
삶이 나를 속일 때, 나는 마음껏 슬퍼하고 화낼 거야.
그러해도 헤아려 주시고, 돌보시며, 나의 이야기를 함께 전개해 나가시는 분이 곁에 계심을 알기에.
 

- J -

 
 
 
 
 
 
 
 
Alexander Sergeyevich Pushkin 1799~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