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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나의 형 미겔에게> 세사르 바예호 본문

위로가 되어 줄 시

시 <나의 형 미겔에게> 세사르 바예호

His 제이 2023. 8. 31. 07:34

 
 

나의 형 미겔에게

- 그의 죽음에 부쳐

 
형! 오늘 난 테라스에 앉았어.
형이 없으니까 많이 그리워.
형과 장난을 쳤던 게 생각나. 엄마는
우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셨지.
"아이구 이 녀석들아.....”
 
저녁 기도 전이면
늘 술래잡기를 했듯
이제는 내가 숨을 차례.
형이 나를 찾지 못해야 하는데
마루, 현관, 복도
그다음에는 형이 숨고, 나는 형을 찾지 못해야만 해.
그 술래잡기에서 우리가
울었던 일이 떠올라.
 
형! 8월 어느 날 밤에
형은 새벽녘에 숨었어.
그런데 미소 지으며 숨는 대신 우울해 보였지.
가버린 시절, 그 오후의 동생인 나는
지금 형을 못 찾아 마음이 무거워졌어.
벌써 어둠이 영혼에 가득한걸.
형! 너무 늦게까지 숨어 있으면 안 돼.
약속해, 엄마가 걱정하시잖아.
 
 
- 세사르 바예호

 
나태주 엮음,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형, 잘 지내?
오늘 난 말없이 떠나간 형을 생각해.
 
형은 나의 가장 좋은 친구였지.
 
나보다 키가 크고, 뭐든 잘 하는 형이 부러웠어.
형처럼 멋진 남자가 되고 싶었는데..
 
그런데 형, 형은 나한테 인사도 없이 떠났어.
그건 너무해.
 
차라리 지금까지 숨바꼭질한거라면,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면 좋을텐데..
나는 형이 무척 그립고, 보고 싶어.

형,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
나도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아서
자주 삶을 포기하고 싶지만
형이 남겨두고 간 삶의 몫까지 살아내려고 해.
 
나까지 떠나면 엄마가 너무 슬프시잖아.
형도 그걸 바라진 않겠지.
 
나의 영원한 형, 사랑해.
그립고 보고 싶어.
언젠가 만날 그날을 기다리며..
 
안녕히.
 

 
 
 


 
시인의 마음이 되어
형에게 두 번째 편지를 써봅니다. (슬프군요.)
 
사랑하는 사람을 보낸 사람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 슬픔과 비참함을 누가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러나 모든 것 아시는 분이 우리와 함께 계심과
부족하지만 같이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 있음을
기억하고 힘내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부디 힘내어 주길 바래요.🌸
 
 
 
 
 



César Abraham Vallejo Mendoza
(1892~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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