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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당신의 소년은> 이용악

His 제이 2023. 11. 21. 07:26

 

당신의 소년은

 
설룽한 마음 어느 구석엔가
숱한 별들 떨어지고
쏟아져내리는 빗소리에 포옥 잠겨 있는
당신의 소년은
 
아득히 당신을 그리면서
개울창에 버리고 온 것은
갈가리 찢어진 우산
나의 슬픔이 아니었습니다
 
당신께로의 불길이
나를 싸고 타올라도
나의 길은
캄캄한 채로 닫힌 쌍바라지에 이르러
언제나 그림자도 없이 끝나고
 
얼마나 많은 밤이 당신과 나 사이에
테로스의 바다처럼
엄숙히 놓여져 있습니까
당신은 당신의 슬픔에서만 나를 찾았고
나는 나의 슬픔을 통해 당신을 만났을 뿐입니까
 
어느 다음날
수풀을 헤치고 와야 할 당신의 옷자락이
훠얼 훨 앞을 흐리게 합니다
어디서 당신은 이처럼 소년을 부르십니까
 

이용악

열두 개의 달 시화집 十月 「달은 내려와 꿈꾸고 있네」중에서

 
 

《White House at Night 1890》 Vincent Van Gogh

 
 

소년은 그리워하고
소년은 기다립니다.

 
불같이 타오르던 열정은
차갑게 식어 버렸고,
이제 남은 것은 슬픔과 어둠 뿐이예요.

그런 소년은 자신을
당신의 소년이라 합니다.
한 사람에게만 주고 싶은 이름이예요.
 
소년을 부르는 이여,
소년을 찾아가 주세요.
소년은 당신을 찾아갈 용기가 없고
당신을 기다리고만 있으니
수풀을 헤치고 와 주세요.

소년을 대신하여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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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악(李庸岳1914 - 1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