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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골짜기> 이반 골 본문

위로가 되어 줄 시

시 <골짜기> 이반 골

His제이 2023. 11. 19. 18:57

 

골짜기

 
목장에서
물망초를 꺾으려다 그만
발이 젖었습니다.
 
오얏나무 한 그루
자줏빛 눈물 머금고
슬픈 표정으로 서 있습니다.
 
저만치 암소 한 마리 있고요,
긴 머리칼의 여자아이가
나를 바라봅니다
 
고요한 날들, 어리석은 생활.
 
이반 골
 

나태주 엮음,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 The Alpilles with Olive Trees in the Foreground 1889》 Vincent Van Gogh

 
 
 
시적화자의 고요한 날들과
어리석은 생활은 무엇이었을까.
 
나의 고요한 날들은
현재이고
또한 앞으로의 날들일 것이며
어리석은 생활은 지금 여기에.
 
어리석다 판단이 되면
청산해야 할 것이 마땅하건만
쉽게 놓지 못하고
연연하는 마음.
 
때가 되면 놓아지려나
시간이 해결해주려나
 
인간에게는 의지라는 것이 있어서
그 의지로 대부분의 것들은 해낼 수 있다고
믿는 나에게,
그 의지가 적용되지 않는
단 하나의 영역.
 
물망초를 꺾으려다 발이 젖은 것 뿐인데
자줏빛 눈물 머금고 슬퍼하는 이를 위로하듯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 자리에 두어도 될까,
매몰차게 다그쳐서라도 내몰아야 할까,
알 수가 없네.
 
 
 
 
 
 
 
Yvan Goll (프랑스 1891 ~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