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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호주머니> 윤동주

His 제이 2023. 12. 26. 08:06

 
호주머니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윤동주

열두 개의 달 시화집 十二月 「편편이 흩날리는 저 눈송이처럼」중에서

 

《The Skier, 1909》Carl Larsson

 


 
 
경쾌함이 느껴지는 윤동주 시인의 동시를 읽어봅니다. 어릴 때부터 동시를 지었던 문학소년.

 
그의 생애를 나누어 보면 시의 분위기도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슬프고 어둡고 무거운 시와 달리 그의 초기작인 동시들은 경쾌하고 밝아요. 시인의 어린 시절도 그러했겠죠.
 
추운 겨울날, 시린 두 손을 호주머니에 쏙 넣고 주먹 두 개 갑북갑북한 장난스런 모습, 천진한 모습을 떠올리면 웃음이 납니다. 
 
사실 그는 부유한 환경에서 나고 자라서 주머니에 넣을 것 없는 빈곤한 생활을 겪어보지 않았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 그가 이후에는 자처하여 겨울같은 삶을 살았고, 슬픔 곁에 살았고, 슬프고 외롭고 굶주린 사람들과 연대를 이루며 살았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말년의 그의 주머니는 언제나 연민과 사랑으로 갑북갑북했을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그가 누군가를 닮아 그러한 삶을 살았듯이 나 또한 누군가를 채워주는 갑북갑북한 삶을 살기를 바라며.
 
 

- J

 
 
 
 
 
윤동주 (尹東柱 1917 ~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