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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되어 줄 시

시 <자기 감수성 정도는> 이바라기 노리코

His 제이 2024. 1. 29. 21:42

 

자기 감수성 정도는

 
바삭바삭 말라가는 마음을
남 탓하지 마라
스스로 물주기를 게을리해놓고
 
서먹해진 사이를
친구  탓하지 마라
나긋한 마음을 잃은 건 누구인가
 
일이 안 풀리는 걸
친척 탓하지 마라
이도 저도 서툴렀던 건 나인데
 
초심 잃어가는 걸
생계 탓하지 마라
어차피 미약한 뜻에 지나지 않았다
 
틀어진 모든 것을
시대 탓하지 마라
그나마 빛나는 존엄을 포기할 텐가
 
자기 감수성 정도는
스스로 지켜라
이 바보야
 

이바라기 노리코, 「처음 가는 마을」에서

 

《Little Pine Tree, 1922》 Paul Klee

 
지난 주에 처음 만난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
쉬운 언어 그러나 가볍지만은 않은 시들. 둘러 말하지 않는 솔직한 어법이 마음에 든다.
 
이 시집에서 가장 유명한 시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지만 나는 오늘 업로드하는 이 시가 가장 마음에 든다.
 
나의 가치관과 어쩜 이렇게 비슷한 사람이 있는 거지? 남탓하지 않는 다는 건 모든 게 다 내탓이오, 하면서 자책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에겐.
 
나와 세상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의 주도권을 내가 갖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삶에서 파생되는 문제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 이 시는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그 빛나는 존엄을 포기할 텐가’
아니, 전혀, 그럴 수 없지.
 
마지막 문장은 정말 시원하다.
‘자기 감수성 정도는 스스로 지켜라, 이 바보야’
 
‘너의 감수성 정도는 스스로 지킬 수 있지? 그러니까 잘해라’ 라는 말로 들린다.
 
힘내어 더 잘 살아 보고 싶어진다.
 

- 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