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봄, 봄날은 아침🌿

시詩 <길> 윤동주 본문

위로가 되어 줄 시

시詩 <길> 윤동주

His 제이 2024. 3. 1. 08:13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게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윤동주 1941,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House Along The Road, 1881》 Paul Cezenne

 
 
잃어 버린 주권과 존엄성.

짓밟히고 일어나면 또다시 짓밟히는 비참함.
무능함을 인정할 때까지, 포기할 때까지
끊임없이 짓밟히는 이들을 떠올려 본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직면하는 이들.
돌담 너머에 있는 조국과 나.
돌담을 사이에 두고
슬픔과 부끄러움에 눈물 짓는 이들을 떠올려 본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눈물 흘리며 걸었던,
잃어 버린 것을 되찾기 위하여 포기하지 않았던 이들을.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용기를 내어 준 선열들에게 감사합니다. 생명의 위협을 아랑곳하지 않고 조국을 되찾아 주었죠. 당신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광복 이후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역사책 속에서 어렴풋이 들었고 배웠던 이야기. 태어날 때부터 안전하고 편안한 사회에 길들여져서 당신들이 겪은 시대정신이 우리에게 없지만 상상할 수 있어요.
 
부족하게나마 그 정신을 이어,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유익한 사회 구성원이 되겠습니다.

당신들의 후손인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 감사의 마음을 담아 🇰🇷 J -

 
 
 
 
 
 
 
 

윤동주 (尹東柱 1917 ~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