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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처음 가는 마을 (5)
때는 봄, 봄날은 아침🌿

더 강하게 더 강하게 바라도 좋다우리는 아카시산 돔이 먹고 싶다고 더 강하게 바라도 좋다우리는 여러 종류의 잼이늘 식탁 위에 있었으면 한다고 더 강하게 바라도 좋다우리는 아침 햇살 드는 밝은 부엌을갖고 싶다고 닳아서 떨어진 구두는 과감히 버리고뽀드득거리는 새 구두의 감촉을좀 더 자주 느끼고 싶다고 가을 여행에 나서는 사람이 있다면윙크로 배웅하면 될 일이다 어째서일까졸라매고 사는 게 생활이라고철석같이 믿게 된 마을집들의 차양은 치뜨는 눈꺼풀 어이 조그만 시계방 아저씨굽은 허리를 펴고 외쳐도 좋아요올해도 끝끝내 장어 맛을 못 봤다고 어이 조그만 낚시가게 아저씨당신은 외쳐도 좋습니다아직도 이세伊勢 바다에 가보지 못했다고 여자를 원한다면 그 마음을 앗아라남자를 원한다면 그 마음을 앗아라 아아 우리가더욱더 욕망하..

처음 가는 마을 처음 가는 마을로 들어설 때에나의 마음은 어렴풋이 두근거린다국숫집이 있고초밥집이 있고청바지가 걸려 있고먼지바람이 불고타다 만 자전거가 놓여 있고별반 다를 것 없는 마을그래도 나는 충분히 두근거린다 낯선 산이 다가오고낯선 강이 흐르고몇몇 전설이 잠들어 있다나는 금세 찾아낸다그 마을의 상처를그 마을의 비밀을그 마을의 비명을 처음 가는 마을로 들어설 때에나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떠돌이처럼 걷는다설령 볼일이 있어 왔다고 해도맑은 날이면마을 하늘엔어여쁜 빛깔 아련한 풍선이 뜬다마을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지만처음 온 내게는 잘 보인다그것은그 마을에서 나고 자랐지만멀리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영혼이다서둘러 흘러간 풍선은멀리 시집간 여자가고향이 그리워놀러온 것이다영혼으로라도 엿보려고 그렇게 나는..

이자카야에서 내게는 할아버지가 한 사람 있었지 핏줄은 아니지만 날 귀여워해주셨어 할아버지가 작은 북을 치면 세 살짜리 나는 뒤뚱뒤뚱 춤을 췄지 도깨비 탈을 쓴 진짜 춤꾼이 집집이 서면 주먹만 한 꽃도 피었겠다 이윽고 봄이 오곤 했어 내게는 어머니가 한 사람 있었지 여덟 아일 키우고 만년에 다섯 감각기관이 죄다 느슨해져 이상한 소릴 내곤 했는데 재밌는 어머니였지 심각한 상황에서도 콧노래를 부르는 버릇이 있었어 내게는 부인이 한 사람 있었지 어쩐 이유에선지 나를 몹시도 사랑해줬거든 아니 정말로 아주아주 소중한 무언가를 다루듯 나를 대해주었어 다들 죽어버렸지만 말이야 난 이제 더 이상 누구한테 사랑 받을 생각이 없어 이제 와서 여자는 무슨 요만큼도 생각이 안 들어 나는 세 사람 기억으로 충분해! 세 사람 기억..

학교 그 신비로운 공간 어느 오후 독일어 교과서에 드리운 석양 종이가 부드러운 장밋빛으로 물들었다 엄격한 젊은 교사는 미소 한 번 짓지 않았다 언제 전쟁터로 향할지 알지 못한 채 우리에게 오래된 독일민요를 가르쳤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시간은 엄밀히도 천천히 흘렀다 청춘이라 하면 불현듯 떠오르는 그날 오후 그 교실 부드러운 장밋빛으로 물든 교과서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는 깨끗이 잊어버렸다 "우리보다 훨씬 어린 사람들이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야" 쏟아지는 별을 보며 친구가 불쑥 중얼거렸다 학교 그 신비로운 공간 교문을 지날 땐 끔찍히도 싫던 곳 날아오르면 숲속처럼 그리운 곳 오늘도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숲속에서 수선화를 닮은 우정이 피어나리라 막 담근 포도..

서두르지 않으면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조용히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당신이 있는 곳으로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당신 옆에 잠드는 일 두 번 다시 깨지 않을 잠에 드는 일 그것이 우리의 성취입니다 언젠가 닿을 목적지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찬찬히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바라기 노리코, 「처음 가는 마을」에서 서둘러야 한다. 어디로.. 내가 영원히 잠드는 곳으로. 두 번 다시 깨지 않을 잠에 드는 것.. 그때부터 진짜 삶의 시작이라고 나는 말하네. 현재의 삶은 그 편에서 보면 꿈으로 비춰질지도. 언젠가 닿을 목적지, 그것이 성취라면 나는 본래 내가 시작되었던 그곳으로 돌아가 나를 시작하신 이와 함께 영원히 살리라. - J - 끝을 향하여 잠들기 전까지 깨어서 찬찬히 서두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