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자존감회복
- 그리움의 시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미움받을 용기
-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 자존감
- 봄에 읽기 좋은 시
- 외모 자존감
- 겨울시
- 힐링그림책
- 위로시
- 사랑시
- 나태주
-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
- 좋은시
- 자존감수업
- 류시화
- 윤동주
- 희망시
- 힐링 그림책
- 마음챙김의 시
- 주민현
- 감성시
- 너를 모르는 너에게
- 나선미
- 가을시
-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 가을 시
-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 윤홍균
- Today
- Total
때는 봄, 봄날은 아침🌿
시詩 <이자카야에서> 이바라기 노리코 본문
이자카야에서
내게는 할아버지가 한 사람 있었지
핏줄은 아니지만 날 귀여워해주셨어
할아버지가 작은 북을 치면
세 살짜리 나는 뒤뚱뒤뚱 춤을 췄지
도깨비 탈을 쓴 진짜 춤꾼이 집집이 서면
주먹만 한 꽃도 피었겠다
이윽고 봄이 오곤 했어
내게는 어머니가 한 사람 있었지
여덟 아일 키우고 만년에 다섯 감각기관이
죄다 느슨해져
이상한 소릴 내곤 했는데
재밌는 어머니였지
심각한 상황에서도 콧노래를 부르는 버릇이 있었어
내게는 부인이 한 사람 있었지
어쩐 이유에선지 나를 몹시도 사랑해줬거든
아니 정말로
아주아주 소중한 무언가를 다루듯
나를 대해주었어
다들 죽어버렸지만 말이야
난 이제 더 이상 누구한테 사랑 받을 생각이 없어
이제 와서 여자는 무슨
요만큼도 생각이 안 들어
나는 세 사람 기억으로 충분해!
세 사람 기억으로 충분하다고!
고주망태가 된 남자의 이름은 겐사이었다
탁한 음성이었지만
이야기는 우아한 노래처럼 품위 있었다
곧 있으면 기차가 떠날 참이라
삐걱이는 문을 열고 술집을 나서니
밖은
폴폴 날리는 눈
보상 없는 얼마간의 사랑을 제대로 받을 줄 아는
사람도 있고
숱한 사랑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불만으로 가득한
녀석도 있고
누구에게도 사랑받은 기억 없이 당당히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처음 가는 마을」에서

어제 나에게 물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보상 없는 얼마간의 사랑을 제대로 받을 줄 아는 사람인가,
숱한 사랑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불만으로 가득한 사람인가,
누구에게도 사랑받은 기억 없이 당당히 살아가는 사람인가.
세 가지가 혼재되어 있는 것 같아, 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곧이어 그런데, 라고 내면에서 말을 이어 왔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나는 내가 조건없는 사랑을 제대로 주고 받을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아니길 바라지만, 혹여나 사랑을 받지 못하는 때에도 나 스스로를 외면하지 않으며 당당히 살아갔으면 좋겠어. 그러나 내가 가장 원하는 건, 나는 언제나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야."
나의 대답의 악센트는 ‘사랑받는 것’에 있었다. ‘사랑 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깨고. 그 솔직한 대답에 생각이 많아졌던 하루.
- J -
이바라기 노리코 茨木のり子(1926 ~ 2006)
'위로가 되어 줄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詩 <어머니의 밥> 이향아 (0) | 2024.04.08 |
---|---|
시詩 <딸기우유> 양세형 (0) | 2024.04.06 |
시詩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에밀리 디킨슨 (1) | 2024.04.02 |
시詩 <그댄 내게> 이경선 (0) | 2024.03.30 |
시詩 <학교 그 신비로운 공간> 이바라기 노리코 (0) | 2024.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