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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봄, 봄날은 아침🌿
시詩 <학교 그 신비로운 공간> 이바라기 노리코 본문
학교 그 신비로운 공간
어느 오후
독일어 교과서에 드리운 석양
종이가 부드러운 장밋빛으로 물들었다
엄격한 젊은 교사는
미소 한 번 짓지 않았다
언제 전쟁터로 향할지 알지 못한 채
우리에게 오래된 독일민요를 가르쳤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시간은 엄밀히도 천천히 흘렀다
청춘이라 하면
불현듯 떠오르는 그날 오후 그 교실
부드러운 장밋빛으로 물든 교과서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는
깨끗이 잊어버렸다
"우리보다 훨씬 어린 사람들이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야"
쏟아지는 별을 보며
친구가 불쑥 중얼거렸다
학교 그 신비로운 공간
교문을 지날 땐 끔찍히도 싫던 곳
날아오르면
숲속처럼 그리운 곳
오늘도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숲속에서
수선화를 닮은 우정이 피어나리라
막 담근 포도주처럼
이것저것 뒤섞여 무르익으리라
날아오르는 이들이여
자유의 작은 새가 되어라
자유의 매서운 날짐승이 되어라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처음 가는 마을」에서

그림 : naver blog 「KAMU」
새학기가 시작된지 한 달이 되어간다. 모두들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며 잘 지내기를 바라는 아침☀️
학교라는 공간을 떠올려 본다. 우리는 저마다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신나고, 행복했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 누군가에게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싫은 곳.
나는 그중 학교라는 체계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되어 있는 이들이 마음이 쓰인다. 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스스로 돌파할 힘이 없이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다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한 사람의 관심. 그러한 친구, 그러한 선생님, 그러한 누군가 한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면 충분하다. 닿을 수만 있다면 내가 그 한 사람이길.
학교가 제 역할을 잘 해주기를 바란다. 학문을 배우고, 교양을 넓히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으로. 자신에 대한 이해와 타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곳이었으면. 내가 아프면 다른 사람도 아프고, 내가 좋으면 다른 사람도 좋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도록.
부디 그 공간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서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 내 몸 대하듯 서로를 대했으면 좋겠다. 훗날 학교라는 공간을 떠올릴 때, 좋은 기억이 꼭 함께 떠오를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의 기억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 J -
이바라기 노리코 茨木のり子(1926 ~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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