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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봄, 봄날은 아침🌿
시詩 < 호두의 것 > 주민현 본문
호두의 것
역을 나오면서
호두과자와 땅콩과자 냄새가 좋아
엄마 생각이 난다
호두와 땅콩은 닮았고
땅콩은 호두와 불화해
종이봉투 안에서
불온전한 김이 솟는다
이런 추운 날엔 다정한 불화가 좋아
세상의 불행은
불운한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게 만들고
세상은 불의로 인해 굴러가지
입속에서 여러 번 구르며 잘게 부서지는 것
나는 쪼그려 앉아 호두를 깼을,
땅콩 껍질을 벗겼을
어떤 사람의 모습을 상상한다
호두, 누군가 심기로 결심하고 상상하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을;
지금 내 나이보다도 일찍 엄마가 되었고
여전히 나의 하루를 궁금해하는 사람
엄마가 떠나고
나도 떠난 세상을 종종 그려보면
그것은 또 그것대로 좋을지도
호두의 전부를 안다는 것
그것은 호두의 고통을 껴안아본다는 것
단지 이 호두를 쥐고
손이 차가운 사람에게 가고 싶다
이 호두는 나무에 잘 매달려 있었겠지
햇빛과 바람과 폭우를 맞았겠지
그리고 지금 봉투 안에 따뜻하게 담겨 있다
호두는 슬픈 사람의 자세야
왠지 그런 생각이 든다
주민현,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 에서

호두, 누군가 심기로 결심하고 상상하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을
나를 생각해 본다. 누군가 창조하기로 결심하고 상상하기 이전엔 존재하지 않았을 나를. 그 누군가로 인하여 지금 나는 여기에 숨 쉬며 살아가고 있다. 무언가를 향하여, 무언가에 이끌려..
지금 내 나이보다도 일찍 엄마가 되었고
여전히 나의 하루를 궁금해하는 사람
여전히 나의 하루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때론 귀찮으면서도 뒤돌아보면 감사한 일. 내게 하루가 궁금한 사람이 있다는 건 두고두고 행복한 일.
호두의 전부를 안다는 것
그것은 호두의 고통을 껴안아본다는 것
누군가를 온전히 알기 위해
그의 고통까지 껴안을 수 있어야 함을,
사랑이란 그러한 것임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이 호두는 나무에 잘 매달려 있었겠지
햇빛과 바람과 폭우를 맞았겠지
어쨌든 나는 태어났고,
나도 모를 햇빛과 바람과 폭우를 맞고 자라났고, 여기까지 왔지. 나는 바라, 누군가의 마음에 따뜻하게 담겨 있는 나이기를.. 그럴 수 있다면 살아온 인생이 충분할 것 같아.
- 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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