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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서시 > 윤동주

His 제이 2023. 5. 30. 07:39

🌟오늘은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읽어 볼게요. 시인의 자서전 같은 시. 잠잠히 읽어 봅니다 :)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1941년 11월 20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서시> 친필원고

 
 

초등학교 고학년 때 서시를 처음 읽고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는 표현을 상상할 때 그 느낌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는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그저 아름답고 멋져보여 외우고 외우던 시. 오늘 문득 생각나 소중하게 꺼내 본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라는 글귀는 맹자의 진심편에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仰不愧於天 俯不作於人 二樂也 
 
우러러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고, 굽히어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이 없음이  곧 인생의 두 번째의 지극한 즐거움이요
 
 
그가 마주하는 대상은 양심 그 이상의 존재, 무한하고 선하신 존재 앞에서 떳떳한 삶을 살고자 다짐하였을 것이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마음은.. 용서가 아닐까..
 
일제치하에서 원수라 할 수 있는 그들을 용서하는 것. 원수를 사랑하라 하신 그 분의 말씀을 따라..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고통스러운 것. 그러나 해야하는 것. 그는 잘 알고 있었을 것. 그리고 그렇게 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는 남을 헐뜯는 말을 결코 입 밖에 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에게 주어진 길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말하고 있으니까.
 
별은 하늘에 있고, 바람은 땅에 있는데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는 것은 하늘과 땅이 만난다는 것일까..
 
지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후로 있을 그 세상을, 있는 것처럼 보고 있는 것일까. 현시대를 넘어..
 
누구에게나 주어진 길이 있다.
 
그 길은 회피할 수도 있고, 마지못해 갈 수도 있고, 기꺼이 갈 수도 있다.
 
그가 제 길을 기꺼이 걸어가기로  다짐했던 것처럼 나도 나에게 주어진 길을 기꺼이 걸어가겠다.
 

 

 

 
 

 
윤동주 (1917 ~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