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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이것은 인간의 위대한 일들이니> 프랑시스 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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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이것은 인간의 위대한 일들이니> 프랑시스 잠

His 제이 2024. 9. 7. 19:50

 

이것은 인간의 위대한 일들이니

 
이것은 인간의 위대한 일들이니
나무병에 우유를 담는 일,
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삭들을 따는 일,
신선한 오리나무 옆에서 암소들을 지키는 일,
숲의 자작나무들을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일,
어두운 벽난로와, 옴 오른 늙은 고양이와,
잠든 티티새와, 즐겁게 노는 어린 아이들 옆에서
낡은 구두를 수선하는 일,
한밤중 귀뚜라미들이 시끄럽게 울 때
처지는 소리를 내며 베틀을 짜는 일,
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
정원에 양배추와 마늘을 심는 일,
그리고 따뜻한 달걀을 거두어들이는 일.
 

 프랑시스 잠
Francis Jammes
《Harvest,1938》 Mirko Virius

 
오늘은 날이 제법 선선하다. 아직도 낮기온이 무섭게 오를 때 있지만 대기는 확실히 서늘하다. 가을이 왔으니 섭섭지 않도록 긴팔옷을 꺼내고 이불도 바꾸었다.
 
가을에 읽기 좋은 프랑시스 잠의 시를 읽어 본다. 그는 프랑스 피레네산맥 인근의 투르네에서 태어나 그곳을 떠나지 않고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차분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시를 지으며 자연을, 신을, 인생을 노래하였다. 그의 생활이 자의인지 타의인지 제한된 공간에 있었지만 그의 의식은 우주까지 다다르는 느낌이다.
 
그는 매우 평범한 일상을 위대한 일로 승화시켰는데, 그가 나열한 일들이란 먹고 마시고 입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그것을 얻기 위하여 노동은 필수. 그 노동에서는 지긋지긋함이 아니라 여유로움을 넘어 신성함이 느껴진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염려가 우스워진다. 나는 이제껏 보이지 않는 손길에 의하여 보호를 받고 돌봄을 받았다. 오늘 먹이시고 오늘 입히시는 손길은 내일도, 내년도, 10년 후도 같으실 것이다. 내가 해야할 일은, 이제까지 그랬듯 내 손으로 일하여 밥을 먹는 것이며 내 배만 아니라 다른 이의 배도 불려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잊지 않겠다.
 

- J -

 
 
 
 
 
 

 
 
Francis Jammes (1868 ~ 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