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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 만추 > 노천명

His제이 2024. 11. 1. 21:04

 

만추

 
가을은 마차를 타고 달아나는 신부
그는 온갖 화려한 것을 다 거두어 가지고 갑니다.
 
그래서 하늘은 더 아름다와 보이고
대기는 한층 밝아 보입니다.
 
한금 한금 넘어가는 황혼의 햇살은
어쩌면 저렇게 진주빛을 했습니까
가을 하늘은 밝은 호수
여기다 낯을 씻고 이제사 정신이 났습니다
은하와 북두칠성이 말게 보입니다.
 
비인 들을 달리는 바람소리가
왜 저처럼 요란합니까
우리에게서 무엇을 앗아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닐까요.
 

노천명, 1958년 「사슴의 노래」에서
《Avenue Of Poplars In Autumn, 1884》 Vincet van Gogh

 
 
🍁11월의 첫날, 이 시가 문득 떠올라
두 눈에 꾹꾹 눌러 담으며 읽어 본다.

가을 시 중에서 특히 애정하는 시.
표현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낭만적이다.
 
 
가을은 마차를 타고 달아나는 신부」
 
온갖 화려한 것이 다 걷힌 하늘과 대기는 비로소 밝고 아름다워 보인다지.
 
내 마음속에 걷혀야 할 것은 무엇일까.
구태여 쌓아둔 온갖 것들,
지나친 욕심과 길 잃은 욕망과 헛된 바람..
그 모든 것을 가져가도록 허용한다면
내게 남은 건 밝고 가벼운 마음일 거야.
 
그러니 가을아, 모두 가지고 달아나주렴.
내 손이 닿지 않도록 멀리.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부탁할게.
 

- J -

 
 
 
 
 
 
 
노천명盧天命 ( 1912~1957 )